도서출판 마티는 2005년 설립되었습니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사회, 예술, 건축 등의 책을 펴냅니다.

푸르트뱅글러, 레니 리펜슈탈, 알베르트 슈페어 등 나치와 협력한 예술가의 삶을 통해 제3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파우스트의 거래’ 시리즈, 『말년의 양식』 등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적 유산을 소개하는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2010년대 중반 한국의 집짓기 신드롬을 이끈 『집짓기 바이블』을 비롯한 ‘좋은 집 시리즈’ 등의 책을 출간해왔습니다.

책과 글의 위기가 이야기 되는 지금, 도서출판 마티는 종이책의 가치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궁리하는 동시에 디지털 매체로 종이책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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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 건축: 패전과 고도성장, 버블과 재난에 일본 건축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조현정 지음
정가 24,000원
출간일 2021년 3월 10일
분야 일본건축사, 현대건축
ISBN 979-11-90853-10-1
제본방식 페이퍼백
쪽수 368쪽
크기 152*225mm
무게 515g
책 소개

건축 선진국 일본

일본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최다 배출국이다. 단게 겐조를 시작으로,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 이토 도요, 반 시게루, 이소자키 아라타까지 여덟 명의 건축가가 프리츠커 상을 받을 만큼, 건축 최선진국 중 하나다. 이런 일본 건축은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한국 건축계에도 꾸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건축에 대한 국내 저자의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의 주요 국면을 시대순으로 정리한 『전후 일본 건축』은 이 공백을 아쉬움 없이 메워준다.

 

현대가 아닌 전후
저자는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을 서술하기 위한 틀로 ‘현대’ 대신 ‘전후’(戰後)를 선택한다. 단순히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전의 군국주의와 차별된 민주주의, 평화주의, 경제성장을 특징으로 한 일종의 가치 공간을 말하는 ‘전후’를 통해 건축을 살핀다. 시대의 흐름이나 양식, 건축가 개인의 특징으로 건축을 설명하기보다,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건축을 파악하고 서술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 책은 20세기 일본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후 일본의 설계자

1945년 패전과 함께, 일본은 천황제와 군국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해야 했다. 건축은 이 전환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단게 겐조의 전전 작업과 전후 작업의 변화를 통해 이를 추적하는 저자는 일본 패전과 20세기 인류 비극의 현장에 건립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전후 건축의 출발점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단게는 일본적인 양식을 버리고 국제주의 모더니즘을 전략적으로 도입해, 보편적인 휴머니즘, 민주주의, 평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전후 일본에서 전쟁의 책임과 연루된 전통을 국제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현대와 어떻게 화해시킬지는 큰 과제였고, 이는 전통논쟁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오카모토 다로와 단게 겐조 등의 전통 논의를 통해 어떻게 ‘전통적이면서 모던한 일본’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비서구 아방가르드의 신화

20세기 건축의 역사는 아방가르드 건축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2-30년대 아방가르드 건축은 새로운 사회와 도시의 청사진을 그려 보이는 역할을 하며, 20세기 내내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1960년대 일군의 일본 건축가들은 가변성과 유연성, 증식과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여러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를 메타볼리즘이라 부른다. 인공대지, 캡슐호텔 등 메타볼리즘의 여러 시도들은 비서구권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며, 다방면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례로 (메타볼리즘 동인은 아니었지만 메타볼리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단게 겐조의 <도쿄계획>은 한국 김수근 팀의 <여의도계획>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사카 70 만국박람회

일본이 세계 경제의 최정상으로 나아가던 1970년 오사카에서 열린 만국박람회가 개최된다. 이 만국박람회를 저자는 경제성장과 기술 진보가 가져온 급격한 사회 변동에 대응해 미래도시의 모델을 제시한 시도로 평가한다. 일본은 이전의 박람회에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강조했던 데 비해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서 초현대적 미래도시를 주제로 기술 강국의 이미지를 과시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오사카의 명소로 남아 있는 오카모토 다로의 <태양의 탑>을 비롯해 단게 겐조의 대지붕, 이소자키 아라타의 축제광장, 구로카와 기쇼의 캡슐 하우스 등을 당대의 맥락을 통해 소개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환영한 일본 

일본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포스트모던을 환영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을 넘어서려는 문화현상을 총칭하는데, 일본은 포스트모던 사회가 구현된 사례로 여겨지며 특별한 지위를 누렸다. 서구적 의미에서 완전히 근대적인지 못한 일본의 탈근대성 또는 전근대성이 이제 결핍이 아니라 대안이자 미래로 환영받게 된 것이다. 5장은 이 구도 속에서 이소자키 아라타의 작업을 살핀다. 역사주의 양식의 사용으로 이해되곤 하는 기존 논의에서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을 통해 일본이라는 국가의 작동 방식, 일본의 자기 이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논한다. 

 

도시에 등을 돌린 주택

1970년대는 1960년대와 달랐다. 급진적인 전공투의 몰락,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 오일쇼크 등은 국가 재건과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으로 점철된 한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6장은 이전 세대의 영웅주의를 거부하고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에 밀착하고자 한 건축가들의 흐름을 좇는다. 도시와 단절하고 바깥에서 내부를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는 주택들, 예를 들어 이토 도요의 U HOUSE, 안도 다다오의 출세작 스미요시 나가야 등은 개인의 피난처로서의 주택이라고 설명한다. 사막 같이 황량한 바깥세상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자, 당대의 현실에 대한 건축가의 대응이자 해석이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N0년 시절의 건축

90년대 이후 일본은 긴 장기 불황에 빠진다. 국가가 주도한 대형 프로젝트와 개발 계획이 사라진 시대 일본 건축은 주택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개성 있는 주택을 원하는 중산층의 욕구에 발맞추고, 버블 이후 사회의 감수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개발해 나간 것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테리어 소품 및 주택 업체 무지(MUJI), 집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잡지 『카사 브루투스』, 국내 케이블 TV에서 볼 수 있는 「와타나베의 건축 탐방」은 모두 이 시절에 시작되거나 창간되었다. 이런 내용들을 중심으로 7장은 버블 붕괴 이후의 일본 주택 건축의 흐름을 소개한다.

 

재난 이후의 건축

2011년 3.11 도후쿠 지방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사회의 변곡점이 되었다. 건축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재난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묻는 일들이 일본에서 전개되었다고 전한다. 재난지의 임시 대피소와 가설주택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개별 건물의 설계자를 넘어 일본 사회의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일까지, 건축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사회를 통해 바라본 건축

이 책이 다루는 일차적인 대상은 건축가와 그들의 작업이지만 전공자만 위한 책은 결코 아니다. 일본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반영하듯, 많은 대중문화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프로젝트들을 차용한다.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한 애니메이션 「아키라」는 단게 겐조의 <도쿄계획>을 차용했고, 만화 『20세기 소년』은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이야기 전개의 주요 동인으로 삼는다. 또 최근 일본 소설에서도 버블 붕괴 이후 전개된 주택론의 영향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빛의 현관』 등). 이 책을 다양한 일본 대중문화의 배경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한국 현대 건축의 거울처럼 읽히기도 한다.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 미래학, 주택론 등 한국 건축에 눈 밝은 이들은 10~20년 먼저 일본에서 일어난 일에서 한국을 발견하게 된다. 

차례

들어가는 글. 일본 건축에서 ‘전후’란 무엇인가?

 

1장. 단게 겐조, ‘전후’ 일본의 국가 건축가

국가 건축가의 등장 / 전쟁 시기의 단게 / 히로시마 평화공원, 전후 건축의 출발 / 국제주의 모더니즘 vs. 일본 전통 / 전통논쟁과 조몬론 / ‘일본적이면서 모던한’: 이세 신궁과 가쓰라 이궁의 교훈 / 구도쿄도청사와 가가와현청사: 전후 민주주의의 기념비

 

2장. 도쿄대학 단게 연구실, 전후 일본의 설계자들

도쿄대학 단게 연구실과 <도쿄계획> / 도시 모빌리티를 위하나 제언 / 일본 열도의 마스터플랜, 도카이도 메갈로폴리스

 

3장. 메타볼리즘, 신진대사의 건축

메타볼리즘, 전후, 냉전 / 신진대사의 건축론 / 메가스트럭처 vs. 그룹 형태 / 캡슐 건축 / 대파국 이후의 미래 / 생존 건축으로서의 메타볼리즘 / 메타볼리즘의 유산

 

4장.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정보화 시대의 도시

박람회와 미래도시 / 미래학의 시대 / 두 명의 엑스포 총괄 건축가: 단게 겐조 vs. 니시야마 우조 / 단게 겐조의 대지붕: 소프트 건축 / 이소자키 아라타의 축제광장: 보이지 않는 도시 / 구로카와 기쇼의 캡슐 하우스: 정보화사회의 주거 

 

5장. 이소자키 아라타,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본

‘아라타’ vs. ‘신’: 예술가 건축가의 탄생 / ‘반예술’의 시대와 폐허 / ‘보이지 않는 도시’: 환경에서 사이버네틱스로 / 1970년대: 전위의 요양기 / 쓰쿠바 센터 빌딩 /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본

 

6장. 이토 도요, ‘소비의 바다’에서 유영하라

평화로운 시대의 노부시 / 추락한 캡슐: 메타볼리즘을 넘어서 / 실버헛: 도시를 향해 열다 / ‘소비의 바다’에서 유영하라 / 센다이 미디어테크: 정보화 시대의 미디어 수트

 

7장. 탈전후 건축의 쟁점과 주택 건축

탈전후의 도래 / 1990년대 이전의 주택론: 전후 주택의 프로토타입에서 주택 예술론까지 / 1990년대 이후의 주택론: 핵가족 이후를 위한 주택 / 3.11 이후의 주택론: 사회 디자인으로서의 건축 / 주택으로 일본을 바꾸다

 

8장. 다시, 일본

2020 도쿄올림픽 유감 / 신국립경기장 논란 / 구마 겐고의 작은 건축

 

참고문헌

도판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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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조현정 지음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를 졸업하고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일본 건축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김중업 다이얼로그』, 『파빌 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 『아키토피아의 실험』, 『시대의 눈』(이상 공저)을 썼고, 『1900년 이후의 미술사』(공역)를 번역 했다. Architectural Research Quarterly, Journal of Architecture, Journal of Architectural Education 등 다수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