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마티는 2005년 설립되었습니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사회, 예술, 건축 등의 책을 펴냅니다.

푸르트뱅글러, 레니 리펜슈탈, 알베르트 슈페어 등 나치와 협력한 예술가의 삶을 통해 제3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파우스트의 거래’ 시리즈, 『말년의 양식』 등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적 유산을 소개하는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2010년대 중반 한국의 집짓기 신드롬을 이끈 『집짓기 바이블』을 비롯한 ‘좋은 집 시리즈’ 등의 책을 출간해왔습니다.

책과 글의 위기가 이야기 되는 지금, 도서출판 마티는 종이책의 가치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궁리하는 동시에 디지털 매체로 종이책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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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동의: 지금 강조해야 할 것
밀레나 포포바 지음 / 함현주 옮김
정가 15,000원
출간일 2020년 1월 17일
분야 여성문제
ISBN 979-11-86000-96-0
제본방식 페이퍼백
쪽수 232쪽
크기 145*210mm
무게 302g
원제: Sexual Consent
책 소개

“이것은 동의가 아니다”

✖ 어제의 섹스

✖ 술자리 동석

✖ 고기를 접시에 놔주는 호의

✖ 망사 스타킹

✖ 술에 취한 상태

성적 동의에 대한 세심하고 정확한 논의가 절실한 지금,

모두가 꼭 한번 읽어야 할 입문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가 바로 강간이다. 이 책은 ‘성적 동의’가 문제의 핵심이며 ‘동의’에는 급진적인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도 완전히 동의한다.” ― 권김현영 | 여성학자,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동의 없음’으로 성폭력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비동의 강간죄 개정과 그에 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한 지금, 대단히 시의적절한 책이다.” ― 정혜선 | 변호사, 안희정 전 도지사 성폭행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겨울왕국」에 이런 장면이 있다고?

‘성적 동의’를 알면 보이는 것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1편에는 성적 동의(sexual consent)에 관한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 전체관람가 영화에 동의가 요구되는 성적 행동이 나온다고? 문제의 장면은 영화 끝부분에 등장한다. 썰매를 선물 받은 크리스토프는 뛸 듯이 기뻐하며 안나를 안아 올리면서 “확 키스해버릴까 보다!”(I could kiss you!)라고 외친다. 그리고 재빨리 “내가 해도 돼요?”(May I?)라고 두어 번 묻는다.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볼에 키스하며 “좋아요”(We may)라고 답한다.(134쪽)

‘성적 동의’에 관한 이론과 쟁점을 기본부터 포괄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동의의 1단계는 무엇보다 ‘물어보기’라는 사실에서 논의를 시작하며, ‘신체적 자율권’ 개념을 중심으로 모든 신체 접촉에는 동의가 필요함을 논증한다.

 

손잡을래? 키스할까? 계속해도 괜찮아?

‘동의 협상’의 1단계는 ‘물어보기’

저자는 동의의 1단계는 ‘물어보기’라고 확실하게 짚는다.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는 얼마나 강하게 거부했는지를 수차례 증명해야 하지만, 가해자는 ‘상대에게 동의 의사를 얼마나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구했는지’ 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동의 의사를 물었는지 여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침범하지 말아야 할 타인의 경계를 알고 조정하는 과정을 ‘동의 협상’이라고 하는데,(60쪽) ‘의사를 묻는 단계’ 없이는 동의 협상이 시작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관계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타인의 몸을 이용하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64쪽) 무엇보다 동의 협상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때 주지해야 할 개념이 ‘신체적 자율권’이다.(29쪽) 신체적 자율권이란 내가 하는 행동, 내 몸에 일어날 일, 내 몸과 접촉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접촉을 어떤 식으로 허락할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외부의 압력이나 강제, 어떠한 권력 행사도 없어야 한다.

 

성관계에 “분명하게 거부했다”는 여성, “동의했다”는 남성

왜 여성과 남성의 말이 다를까

연일 보도되는 성폭행 사건 뉴스들을 보면, 피해자 여성과 가해자 남성의 주장이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피해자는 신체 접촉과 성관계 시도에 분명한 거부를 표했다고 주장하고, 가해자는 “식사 자리에서 내게 윙크를 했다”, “구운 고기를 내 접시에 놔 주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내 옆에 앉아 있었다”라는 등의 정황을 묘사하며 여성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사례들은, 여성의 의사를 부인하고 성적인 것과 무관한 행동, 말투, 옷차림 등을 성관계에 대한 동의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문화적 힘이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강간 문화’다. 이 책에서는 성폭행을 저지르기는 쉽고, 피해 사실을 알리고 구제하기는 어렵게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강간 문화의 기초를 이룬다고 지적하면서, 모두에게 깊숙이 뿌리 내린 강간 문화의 실체를 하나씩 파헤친다.(17쪽)

 

‘만남-음주-키스-애무-성기 결합’이 수순?

우리가 아는 성 각본에 ‘동의’를 위한 자리는 없다

그런데 대체 ‘성관계’란 무엇인가? 성기 결합이 이루어지는 행위? 그렇다면 동의를 구해야 하는 행위는 이에 한정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의 4장에서 남녀 성기 결합을 성적 접촉 또는 이성애 관계의 최종 단계로 보는 관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우리 안의 ‘성 각본’을 찬찬히 뜯어본다. ‘만남-음주-키스-애무-성기 결합’을 ‘수순’으로 하는 이 각본에는 동의 의사를 묻는 의식적인 과정도 없을 뿐 아니라, 키스나 애무를 동의가 필요한 신체 접촉이 아닌 성기 결합까지 가기 위한 ‘전희’쯤으로 여긴다. 여기에 남성은 언제나 섹스를 원하기만 하고, 여성은 이에 응하거나 적절히 거절해야 하는 ‘문지기’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된다는 통념이 결부될 때, 여성의 신체적 자율권은 손쉽게 침해된다.

 

현행 강간법뿐 아니라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문제점을

하나부터 열까지 조목조목 따지다

강간법 개정은 중요한 과제이다. ‘동의 여부’로 강간죄를 판단하는 국가는 여전히 드물다. 이 책에서는 영국,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강간법 사례를 소개한다(31, 32쪽). 하지만 성폭력은 법조문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 증거 수집 및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말을 불신하거나 사안을 가볍게 치부하는 등 법을 실천하는 검찰과 수사기관, 재판부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이 2차 피해를 유발하고 강간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30-36쪽) 페미니스트 법학자들은 이런 현실을 ‘사법 강간’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16쪽)

한국의 강간법(형법 제297조)은 물리적 폭력과 협박을 강간죄의 필수 요건으로 본다. 이는 실제 강간 및 유사강간의 약 70%가 폭행과 협박 없이 일어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가해 행위보다 피해 정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것을 탓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정혜선 변호사 추천의 말처럼 이 책은 “비동의 강간죄 개정과 그에 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한 지금, 대단히 시의적절한 책”이다.

 

영화는 물론, 섹스 칼럼, 로맨스 소설, 팬픽까지

미디어 속 ‘동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

이 책은 미디어에서 성적 동의를 등한시하고 무시하는 현실을 살핀다. 기성 매체인 TV 드라마와 영화를 넘어 ‘하위문화’로 취급되던 로맨스 소설(126쪽)과 팬픽(159쪽)까지 영역을 넓혀 보는 것은 유의미한 시도이다.

대중 매체에서 성과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동의’에 무관심한 편이지만 몇몇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앞서 언급한 「겨울왕국」이 한 예다. 「데드풀」과 「데드풀 2」는 ‘동의 철회’ 장면을 영화의 코믹한 톤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그려냈다.(135쪽) 이 책은 우리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을 새롭게 보게 되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할 개념 ‘성적 동의’

동의 문제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손에 쥔 위력과 권력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사적 경계와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 비단 ‘위력’의 차이가 분명한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교수와 학생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관계 유지’를 명목으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해온 부부, 어제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오늘도 섹스를 할 수 있으리라고 짐작하는 오래된 연인, 하물며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는 필요하다. 이 책은 성적 동의가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된 행동 지침을 요하는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내가 겪은 일이 성폭력이었는지 아닌지 고민하는 여성, ‘썸녀’에게 술을 권해 취하게 한 후 키스라도 한번 하려는 생각이 범죄인 줄 모르는 남성,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와 주 양육자, 현행 강간법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싶은 법조인 등 모두가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차례

들어가며

감사의 말

 

1장 성적 동의를 말해야 하는 이유

“나도 겪었다”·강간 문화 속에서 산다는 것 · 성관계할 때마다 계약서라도 써야 하나요? ·동의의 급진적 잠재력

 

2장 동의론 입문

제1 원칙, 신체적 자율권 · 성적 동의 개념의 간략한 역사 · 래디컬 페미니즘 · ‘노 민스 노’ 접근법 · ‘예스 민스 예스’ 접근법 · 성 비평 접근법 · 강간 문화와 강간 신화 · 강간범은 괴물이다? ·여성의 ‘노’는 ‘예스’다? ·성 노동자는 성관계를 거부할 수 없다? ·성적 동의와 법의 한계 · 해외의 강간 관련 법 · 법이 강요된 동의와 동의 철회를 다루는 방식 ·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의한 2차 피해 · 법의 불평등 · 시스젠더 중심주의와 삽입 강박 벗어나기

 

3장 동의 의사를 묻는 것이 시작

성적 동의 협상의 기본 · 사람들은 동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 모든 성적 접촉이 동의 협상의 대상 · 동의 협상의 1단계, 물어보기 · 조건부 동의 · 동의의 지속과 철회 · 비동의 · 동의 협상 방식을 결정하는 요소들 · 관계의 성격 · 약물과 알코올 · 유혹 · 나의 경계 찾기 · 묻는 과정을 삭제하는 동의 앱

 

4장 성과 권력: 예스와 노 사이

원치 않는 성관계 · 어째서 원치 않는 성관계에 동의하게 되는가? · (이성애적) 성관계에 대한 지배적 담론들 · 남성 성욕 담론 · 평생 소유 담론 · 자유방임 담론 · 모순된 압력 · 지배적 담론에 근거한 성각본 · 로맨스와 성관계는 한 세트인가? ·비장애, 유성애, 시스젠더, 이성애 규범을 따르는 각본 · 각본의 세 가지 수준 · 정체성과 동의 ·무성애자 · 강박적 성애 · 완전한 자율권은 가능한가

 

5장 대중문화에 묻는다

대중매체가 곧 성교육 자료 · 포르노그래피 · 동의한 신체 접촉만을 찍는 포르노 · 로맨스 소설 · 섹스 칼럼 · TV 드라마와 영화 속 의미 있는 시도들 · 모아나에게 로맨스 상대가 없다는 것

 

6장 동의를 말하고 실천하는 방식

동의 이슈를 이끄는 커뮤니티들 · 온 오프라인 모임에 쌓이는 경험들·법에만 의존해야 할까 · ‘변형적 정의’접근법 · ‘정상’의 가장자리에서: BDSM · 『50가지 그림자』 속 BDSM · ‘모호한 동의’를 고민하는 팬 픽션

 

7장 #미투

#미투, 운동이 되다 · 법체계부터 · 일상에서 문화까지 · 백래시: 무관심과 조롱, 포섭, 회유, 알려진 가해자 단죄 · 다음은?

 

용어 해설

더 읽을거리

찾아보기

지은이

밀레나 포포바(Milena Popova)

작가, 연구자, 활동가, 상담가.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 성적 동의, LGBT 문제, 디지털 권리에 관심이 많다. 팬 픽션에서 성적 동의를 다루는 문제와 성 소수자나 비만인 등 비규범적 신체가 대중 문화에서 재현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대해 여러 편의 학술 논문과 칼럼을 기고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홈페이지 milenapopova.eu

트위터 @elmyra

옮긴이

함현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을 공부하고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유엔제이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외국 도서를 찾아 한국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소년을 위한 그림 동화』, 『엄마 없이 보낸 밤』 등이 있다.